게임/게임 분석

백 일흔 세 번째 게임 분석 : 세피리아(Sephiria)

벅구 2025. 4. 13. 21:12

1. 게임소개

2025년 4월 3일 얼리 억세스로 출시한 TEAM HORAY 개발, 유통의 탑뷰 액션 로그라이크 게임

 

2. 지원 플랫폼

PC(Windows)

 

3. 과금 요소

스팀 기준 16,500원

 

4. 특징

"토끼 더 던전"

던그리드로 유명한 TEAM HORAY가 신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번 작품도 전작과 비슷한 로그라이트 장르의 작품입니다.
본인들의 역량은 해당 콘셉트로 잘 보여줄 수 있다는 출사표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던그리드의 후속작이 아닙니다.
로그라이트라는 틀은 비슷하나 다른 게임으로 보는 게 맞을 거 같거든요.

던그리드는 플랫포머 액션 게임으로 정의할 수 있었다면
이번 세피리아는 탑뷰 액션 게임으로 변화했기 때문이죠.

물론 두 작품 사이에 비슷한 부분들은 몇몇 존재합니다.
로그라이트, 룸 클리어 방식, 던전을 내려간다라는 콘셉트까지...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비슷한 부분은 "팀 호레이"라는 걸 강조하는 장치이지,
이번 작품만이 가지고 있는 재미의 특징이라고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세피리아만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천천히 살펴보며 이번 작품의 매력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탑뷰 로그라이크 : 엔터 더 건전, 그리고 슬레이 더 스파이어 

이번 작품과 유사한 작품을 꼽으라면 두 가지 작품이 떠오르는 데
바로 엔터 더 건전슬레이 더 스파이어를 꼽을 수 있다.

하지만 각각의 작품들을 그대로 차용한 것이 아닌
이번 작품은 "두 개와 비슷하지만 핵심만 흡수한" 것이 특징이 되었다.

우선 게임의 플레이 방식은 엔터 더 건전과 유사하다.

플레이어는 아래로 내려가는 것을 목표로 게임을 진행하며
한 층에서는 아래층으로 내려갈 수 있는 특정 방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플레이어가 확인하지 않은 방들은 각각 연결된 것으로만 표현되며
해당 방은 대부분의 경우 입장하자마자 몬스터가 등장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각 층계를 모두 내려면 스테이지의 "보스"와 전투를 진행하며
해당 보스를 클리어하면 다음 층계로 내려가며 환경과 등장하는 몬스터가 변화한다.

층계를 내려가는 방식은 슬레이 더 스파이어와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앞서 설명한 내려가는 방에서 상호작용을 진행하면 UI가 등장하며
진행할 수 있는 연결된 두 개 또는 세 개의 새로운 층계가 등장한다.

이때 각각의 층계는 아티팩트, 경험치, 강화, 상점 등등...
해당 층계에서 진행할 수 있는 특수한 이벤트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각각의 층계에는 진행할 수 있는 특수 이벤트뿐만 아니라
해당 층계에서만 적용되는 디메리트가 달린 층계들 또한 존재한다.

이렇게만 보자면 이번 작품이 두 작품을 단순히 섞은 게임처럼 보이지만
게임의 디테일한 진행 방식에서 본인들의 특징과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우선 플레이어는 몬스터를 처치할 때마다 경험치를 획득하며
레벨업을 할 때마다 "아티팩트"를 선택하여 획득할 수 있다.

모든 오브젝트는 플레이어의 전투 진행에 도움이 되는 버프를 가지고 있으며
특정 강력한 오브젝트들은 약간의 디메리트를 부여해 밸런스를 맞춘 모습이다.

또한 게임 내에 검과 방패, 대검, 단검 총 세 가지의 플레이 스타일이 있으며
방패를 장착했다면 가드를, 대검을 장착한다면 긴 리치와 같이
현재 장착하고 있는 무기에 따라 다른 플레이 스타일로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그리고 각각의 무기들은 보유한 MP를 소모하는 "스킬"이 존재하는 데
각각의 무기들의 콘셉트에 맞추어 각각 다른 형태의 스킬 역시 확인할 수 있다.

게임의 진행과 층계 내려가기에 대한 인 게임 스크린샷. 레퍼런스로 삼은 게임의 향이 화끈하게 느껴진다.

 

2. 인벤토리 :  오브젝트 획득에 배치를 더하다.

어쩌면 이번 작품에서 가장 독특하다고 말할 수 있는 시스템
플레이어가 획득한 아티팩트는 "배치"를 통해서 능력치가 올라가거나 내려간다.

레벨업마다 획득할 수 있는 아티팩트는 고유한 능력을 지닌 "패시브형 아이템"이다.
캐릭터의 DPS에 영향을 주거나, 획득 시 주위에 전투를 도와주는 도우미가 생성된다.

하지만 해당 아티팩트들은 각각 강화할 수 있는 레벨이 존재한다.
해당 아티팩트의 레벨에 따라 고유한 능력치가 점점 증가하는 단순한 형태

하지만 해당 아티팩트들의 레벨을 올리는 방식 자체가 독특한데
바로 "레벨을 올려주는 석판 근처에 배치"라는 레벨업 방식을 띄고 있다.

레벨 증가 효과를 보유한 석판을 가방에 배치하면 효과가 즉시 적용되는 데
해당 석판의 모양에 따라 어디에 배치된 유물이 강화되는지 표기된다.

특히 레벨 증가 효과는 단순히 "붙어있다."는 개념을 넘어
위아래로 한 칸씩 떨어져 있다거나, 한쪽은 강화하고 다른 쪽은 레벨이 깎이는
말 그대로 "어떻게 배치해야 최대한의 효율을 낼 수 있는가?"에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 때문에 아티팩트 획득과 배치라는 점이 게임의 핵심이 되었지만,
이러한 아티팩트를 무한하게 획득할 수 없는 이유 역시 게임 내에 만들어 두었다.
바로 "배낭의 칸 수""유물의 디메리트"라는 추가 시스템을 통해서 말이다.

플레이어는 던전에 입장하면 6*4 형태의 가방을 보유하고 있으며
가방은 단순히 아티팩트뿐만 아니라 소모품 역시 보관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각각의 아티팩트와 소모품은 가방의 한 칸을 차지하게 된다.

그렇다면 플레이어는 이론상 최대 24개의 아티팩트를 보유할 수 있지만
특정 아티팩트들은 "어디에, 그리고 어떻게"라는 디메리트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단순 DPS에 영향을 주는 낮은 등급의 아티팩트가 아닌 경우가 그러한데
해당 아티팩트들은 특수한 조건을 맞추어야만 효과를 적용받을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예를 들면 좌우에 아티팩트가 배치되면 효과가 적용되지 않는다거나,
가방의 끝, 혹은 중심에 배치되어야만 효과를 발휘하는 특징이 있는 등
오브젝트들에 디메리트를 부여하여 원하는 곳에만 배치할 수 없도록 되어있다.

한마디로 플레이어는 오브젝트와 석판을 획득하고 어떻게 배치해야 되는가 역시 생각해야 하지만
어떤 오브젝트를 획득하고, 그 오브젝트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전략 역시 생각해야 한다.

게임의 기본은 탑뷰 액션을 통해 로그라이크의 시원시원한 맛을 살렸다면
오브젝트의 획득과 배치라는 전략적 플레이를 더한 것이 특징 중의 특징

근처 아티팩트의 레벨을 올려주는 석판 이미지. 이 때문에 배치에 조금 더 머리를 쓰게 된다.

 

 

이번 작품을 요약하자면 "후라이드 치킨과 양념 소스"라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바삭하니 그냥 먹어도 맛있는 잘 튀긴 후라이드 치킨과
그 맛을 더 올려줄 수 있는 매콤 달콤한 양념 소스와 같은 느낌입니다.

본인들의 장점인 로그라이크를 이번엔 탑뷰 형식으로 잘 만들어 낸 건 물론이고
그 빠른 액션 사이사이에 배치 전략이라는 정적인 재미를 맛있게 버무린 느낌입니다.

하지만 양념 치킨이 아니라 후라이드 치킨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양념 소스는 결국 킥이 될 순 있어도 음식의 근본을 바꿀 수는 없는 법이겠죠?

그렇기 때문에 게임의 장단점 역시 명확하게 보이는 것 같습니다.
결국 메인과 사이드가 명확하게 보이기 때문일까요?

그렇다면 어떤 부분에서 이번 작품의 장점이 느껴졌는지,
어떤 부분에서는 이번 작품에서 아쉬운 부분처럼 느껴졌는지!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게임의 스토리는 대충 망할 미래를 바꾸기 위한 토끼의 무한회귀 모험담입니다?!

대충 이런 느낌입니다. 죽을수록 더욱 강해진다니까?!

 

 

5. 장점

빠른 템포와 액션성
화끈한 액션과 실시간 탑뷰 전투의 액션도 인상적이지만,
여러 개의 층계를 빠른 방의 클리어를 통해 스테이지에 속도감을 더했다.
한판 한판 플레이 타임 체감이 속도감 때문에 짧게 느껴진다.

귀여운 픽셀 리소스들
당연하게도 토끼가 메인으로 등장하다 보니 리소스들이 아기자기하니 귀엽다.
거기에 더해 잘 빠진 도트 그래픽들을 구경하는 맛 역시 훌륭하다.

최대 4인까지의 "멀티플레이 지원"
인디 게임에서 찾아보기 힘든 실시간 멀티 플레이를 지원한다.
친구와 함께, 역할군에 따라 다양한 플레이 전략을 사용할 수 있는 건 장점 중의 장점

 

6. 단점

점점 복잡해지는 배치 시스템
분명 기물들을 획득하고 배치하는 것까지는 이해하기 쉬운데...
기물의 갯수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머리가 아프고 대충 꾸겨넣게 된다.
처음 게임하는 유저에게 오히려 진입장벽처럼 느껴질 수 있는 시스템

단순하게 느껴지는 액션성
게임의 핵심이 결국 공격과 회피라는 단순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방패를 들던, 대검을 들던, 결국 회피하고 공격하는 식으로 진행하게 된다.
무기의 차이는 결국 공격 스타일 차이 정도라고 느껴질 정도

무조건 리트라이를 요구하는 게임 난이도
로그라이트의 핵심인 리트라이 그리고 업그레이드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몇 번의 리트라이로는 일정 구간 이상 진입할 수 없는 정도의 난이도이다.
피지컬로도 깰 수는 있지만 너무 높은 피지컬을 요구하는 것 같다.

 

7. 평가

재미 : ★★★
빠르고 호쾌한 탑뷰 로그라이크의 정석과도 같은 재미와
무엇을 그리고 어떻게라는 의문을 시스템 내에 전략으로 잘 섞어냈다.
취향에 맞으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매력의 작품

게임성 : ★★★☆
귀여운 리소스부터 잘 만든 시스템이 잘 버무려졌다.
게다가 4인 멀티플레이와 그에 따른 독특한 멀티 시스템 역시 훌륭하다.
인디 게임이라 말해주지 않으면 모를 정도의 완성도.

상품성 : ★★★★★
스팀 인기 게임 2위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한 작품
로그라이크 장르로 한국에서 우뚝 설 게임사가 등장했는가?!

 

8. 개인적인 총평

로그라이트 장르에서도 한국도 당당히 한 발을 걸친 것 같습니다.
전작인 던그리드부터 기대하던 게임사가 더욱더 발전된 모습으로 돌아왔거든요.

보통 후속작의 경우에는 전작의 성공을 따라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전작의 매력에 반한 유저들은 결국 전작과 비슷한 맛을 원하기 때문이죠.

로그라이트, 내려가는 던전 형태, 전투 중 진행하는 캐릭터의 강화 등등...
이번 작품 역시 전작의 향기가 물씬 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번 작품의 그 향기를 "제작사의 방향성"이라 생각합니다.
결국 본인들이 만들고 싶은, 그리고 잘 만드는 것에 대한 확실한 믿음 같은 거 말이죠.

그 믿음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탑뷰, 그리고 전략이라는 신선한 맛을 버무렸습니다.

탑뷰를 통해 조금 더 자유롭고 색다른 맛의 액션 로그라이트를 만들었고
가방과 배치라는 시스템을 통해 단순하지만 타 게임에서 느낄 수 없던 매력을 보여줬거든요.

게다가 이번 작품에서 더욱 발전한 도트 그래픽 역시 인상적입니다.
점점 발전해 가는 리소스를 구경하는 것 역시 게이머로써 즐거운 부분입니다.

물론 이번 작품에 단점이 없는가라고 물어보신다면 없다고 대답할 순 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점점 어려워지는 배치라던지, 공격/회피의 단순한 전투라던지...
게임의 장점이라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단점처럼 느껴지는 것 말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번 작품을 "방향성의 검증"이라고 본다면 다르게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그들이 이번 작품을 통해 "우리의 로그라이트가 먹히는가?"를 도출하고 싶었다면
저는 이번 작품에 대해 성공이 아니라 대성공이라고 표현하고 싶기 때문이죠!!

그들이 만드는 작품들의 매력을 대중적으로 확인한 작품이거니와,
신작에서 추가한 새로운 시스템 역시 게임에 잘 녹아든 것까지!

한 치 앞을 모르는 게임 제작의 시장에서 본인들의 방향성을 확실히 잡았고,
그 방향성을 이제는 대중들이 인정하고 더 달라고 아우성치는 이 모습?
이제는 게임 회사가 앞만 보고 전력질주 할 수 있는 원동력을 얻은 게 아닐까요?!

이번 작품의 인기와 성공을 힘입어 한국 게임계에 새로운 초신성이 될 수 있을까요?
업데이트와 정식 출시뿐만 아니라 회사의 방향성도 기대가 되는 작품입니다!!

여기서라도 내집마련을 해보는구나!!